2019년 8월 12일 경기도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남단 부근에서 몸통만 남은 시신이 발견되었고, 이에 얼마 지나지 않아 좁혀오는 수사망에 압박을 느낀 모텔 근무자 장대호는 자수를 했다.

장대호는 모텔에서 일하면서 자신을 무시,모욕한 피해자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밤에 몰래 침입하여 살해하고 이를 한강에 유기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대호는 크게 잘못했고 해서는 안될 짓을 했다. 그런데 덧붙여 내가 한 가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모멸감을 느끼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결코 적지 않으며,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이 것은 그냥 교과서에만 나오는 말이다. 이 말에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까? 가진 것이 많을수록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높을 수록 그 들은 대접받고 싶어한다. 따라서 일부의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바램을 이야기한 것일 것이다. 이런 평등사상은 정치인들이 내세우고 실현하고 싶어하는 말일 테지만, 사실 그들도 그렇게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말에 반하면 정치인으로써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판단해서 당연히도 이 말에 거부하지 않는 것일 뿐일 것이다.


사실 우리도 의사와 모텔 종사자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지 않지 않은가. 결국 우리도 똑같다. 저 말은 그냥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이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언제 이루어질지 모를..아니면 영영 이루어지지 않을 사회적 이상.


사람들은 항상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 대한 무시가 존재하고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를 실제로 표출한다. 그 것을 실제로 가장 많이 느끼는 직업이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인 것이다.


모텔업 종사자? 나도 그 것을 꽤 오래했다. 다른 일을 하면서 밤에 일해서 벌 수입이 필요했고 그렇게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 수입이 꽤 된다는 이유로 오래 했다. 그렇기에 장대호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한다. 사람들의 무시, 하대, 그리고 그 것에 대한 스트레스. 장대호 그가 정신병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누구나 이 일을 해보면 겪게 되는 일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정노동의 대명사로 전화상담원을 꼽지만 사회적 인식도 좋지않고, 밤에 술취한 사람들도 대다수 상대하는 이 일도 그에 못지 않다. 전화상담원은 그들의 감정노동에 대한 고충이 어느정도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지만 모텔 종사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 일이나 하는 주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텔 종사자에게 가지고 있는 인식이다. 난 실제로 이런 직종에 일하면서 저런 말을 직접 들어 본 적도 있다. 모텔에서 일하는 것은 반 유흥업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유흥업에 일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인식을 가지지 않는다. 유흥업 종사자들은 그래도 돈은 많이 벌어간다는 인식도 있고, 기가 센 사람이라고 인식 해서 일 것이다. 또한 관광 호텔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은 호텔 관련학과도 있는 만큼 고급직군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모텔은 또 그렇지 않다.


손님들이 저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탓에 일하기가 여간 껄끄러운 것이 아니다. 인사를 해도 받아 주지 않고, 돈을 툭 던지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반말을 하는 것도 예사다. 몇 년째 단골 손님으로 받았던 사람 중에는 끝까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못 들어본 경우도 있다. 우리는 그를 벙어리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자신의 차를 주차직원에게 맡기고 프런트에 올라가서 계산을 마치면서까지도 인사를 받아주기는 커녕 눈 한번 맞추는 일은 당연히 없고, 앞에서 말했듯이 말을 하는 것도 본 적이 없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한 적도 없다. 우리는 그에게 그렇게 무시당한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여 다 나열할 수도 없다.


자신의 재산이 많을수록 사회적인 지위가 높을수록 직원들을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람의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여부는 어떻게 알수 있을까? 물론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가격대로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하다. 그리고 부적절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같이 동행하는 여성의 외모와 나이대로도 파악이 가능하다. 결국은 고급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모텔 종업원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실 손님의 가진 재산이 많다고 해서 직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없다. 따라서 직원들이 그런 사람들에게 더 대우해 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차가 고급차라고 하면 오히려 같은 주차 사고가 나도 보상해 주어야 할 금액이 높아지며, 고급차는 차체의 크기도 일반차 보다 크기에 주차장소가 협소한 곳은 영 힘든게 아니기에 차라리 일반차종 손님이 더 좋다. 게다가 팁문화도 사라져가는 추세라 당연히 팁에 대한 욕심도 없다. 모텔 근무자가 느끼는 실상은 이렇지만 이런 고소득자의 경우 이런 직종에 있는 사람을 상당히 한심스럽게 느끼면서 하대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또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반말을 아주 당연시 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는 '우리나라도 영어처럼 아예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모텔의 운영 형태에 따른 손님들 유형을 말해 보자면, 일단 룸싸롱이 같은 건물에 있는 모텔일 경우 주 고객층이 주취 손님이 된다. 아마도 룸싸롱에서 손님이 웨이터들에게 하대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런 하대를 다 참아내고 그에 대한 대가로 팁을 얻어내는 것이 웨이터의 능력인 것이다. 그렇기에 웨이터가 손님의 하대에 반발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 하지만 모텔 근무자는 다르다. 룸싸롱 손님은 모텔 직원인지 웨이터인지 구분을 못한다. 아니 손님 입장에서는 구분하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다. 그냥 눈에 보이는 흰색 와이셔츠 입은 사람을 그냥 웨이터로 보는 것이다. 물론 그들 손님도 룸싸롱 손님이자 모텔 손님이기 때문에 결국 모텔 근무자도 하대를 받는 것이다. 그런 손님들의 경우 단순 반말이 아닌 "야","너"가 붙기 때문의 반말의 정도에 따른 스트레스를 표현하자면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장대호가 일했던 하루 숙박비 4만원 가량의 모텔 운영형태는 어떨까?

숙박비가 저렴한 모텔은 심신이 올바르지 않은 손님들이 꽤 많다. 술이 과한 주취로 인한 것이 아니고, 그냥 그들이 살아온 삶에 패배와 실패가 계속 드리워진 굴곡진 삶을 살아온 만큼 인성이 올바르지 않은 사람들이 상당수인 것이다. 몸에 문신을 보여주고 서로들 '형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부터, 어떻게든 돈 안내 보려고 하는 자칭 미성년자들 그리고 걸핏하면 방세 밀리는 달방(월마다 몰아서 결재하는 월세 방식) 손님들. 어떻게든 숙박비를 깍아보려는 사람들이나 안 내보려고 막말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이런 형태의 모텔은 숙박비가 저렴한 만큼 생활이 넉넉치 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 외상 문제에 상당히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외상이 생기면 결국 받지 못한다. 그리고 그 외상을 안 만드는 것이 직원의 능력인 것이다.


결국 이 일을 하면서 제일 힘든 것은 사람들의 하대와 무시다. 가해자는 결코 잘 하지 않았다. 장대호는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함도 마땅하다. 하지만 장대호의 말이 사실이라면 피해자도 잘한 것은 없다. 하지만 장대호는 단지 이 손님 때문에 그런 끔직한 일을 저질렀을까?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받은 스트레스가 단지 이 손님에게 폭발한 것이라고 본다. 장대호 그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하대,무시,멸시를 받았을 것이고, 그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히 최고조에 달했던 때에 피해자를 만났을 것이다. 난 그 스트레스를 이해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던 그렇지만 이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당신들이 이성과 히히덕 거리면서 즐기러 오는 그 곳에도 누군가가 당신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어서 당신의 행복한 시간이 보장되는 것이다. 2등이 있기 때문에 1등이 있는 것이고, 꼴찌가 있기 때문에 2등과 1등이 있는 것이다. 사회는 그렇게 돌아간다. 누군가는 해야 할 선뜻 하기 힘든 일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 해주기에 고마워 해주면 안되는 것일까?


그냥 모든 사람들이 다 동등하게 존중받고 사는 그런 세상은 오지 않는 걸까?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래본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 아니 분명히 있다.